
저는 임신 중에 타이레놀을 처방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을 믿고 복용했습니다. 그런데 2025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고 발표한 순간, 제 머릿속엔 '또 무슨 이득을 보려고 저런 소리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미국 정신의학회(APA)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즉각 반박 성명을 냈고, 의학계는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이 어떤 근거로 나왔는지, 실제 의학 연구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제가 직접 겪은 임산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논란을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트럼프 발언의 핵심과 의학계의 즉각 반박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9월 2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타이레놀 복용은 좋지 않다"며 임신 초기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노출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아세트아미노펜이란 타이레놀의 주성분으로, 해열과 진통 효과를 가진 일반의약품 성분을 의미합니다(출처: 미국 FDA). 백악관은 FDA가 약물 라벨을 업데이트하고 전국 의사들에게 경고 서한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신의학회는 같은 날 즉각 성명을 내고 "소수의 연구만으로 인과관계를 확립할 수 없다"며 "지시에 따라 복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안전하다는 강력한 증거 기반이 존재한다"고 반박했습니다(출처: APA).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25년 9월 24일 성명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간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는 현재 없다"며 "임산부는 의료진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출처: WHO).
제가 직접 산부인과에서 타이레놀을 처방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은 "임신 중 가장 안전한 해열제"라고 설명하셨습니다. 당시 제 체온이 39도를 넘었고, 임산부는 기초 체온이 높은 편인데도 그 수치가 위험 수준이었습니다. 약을 먹지 않으려는 저를 보고 의사 선생님이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라며 안심시켜주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발언은 이런 의료 현장의 수십 년 축적된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한순간에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노르웨이 출생 코호트 연구(Molecular Psychiatry, 2018)에서는 임신 2분기(13~28주) 동안 산모가 발열을 경험한 경우 자폐증 위험이 1.4배 증가한다는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의 핵심은 '타이레놀' 자체가 아니라 '산모의 발열'이 면역 반응을 활성화시켜 태아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서 면역 반응(immune activation)이란 감염이나 염증에 대응하여 체내에서 사이토카인(cytokine) 같은 염증 매개 물질이 분비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연구진은 오히려 해열제를 사용한 경우 위험도가 소폭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했지만, 표본 수가 작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타이레놀과 자폐증 연구, 실제로 뭐가 문제인가
많은 분들이 "그럼 연구 결과는 대체 뭐란 말인가"라고 궁금해하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혼란스러웠습니다. 2016년 덴마크 코호트 연구에서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자폐증 위험을 약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관찰 연구(observational study)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이 아니었습니다. 관찰 연구란 연구자가 개입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다른 변수(예: 산모의 기저 질환, 감염 중증도)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 보도(2025.09.23)에 따르면,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타이레놀이 임신 중 안전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발표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ACOG는 "발열 자체가 태아에게 더 큰 위험"이라며 "해열제 복용을 주저하다가 산모와 태아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제 경험상, 임신 중 몸에 열이 날 때 가장 두려웠던 건 '약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아니라 '이 열이 아기한테 어떤 영향을 줄까'였습니다. 당시 저는 타이레놀을 먹기 전 산부인과 의사, 약사, 심지어 온라인 맘카페까지 뒤져가며 정보를 찾았습니다.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고열이 지속되는 게 약보다 훨씬 위험하다." 노르웨이 연구에서도 산모가 임신 12주 이후 3회 이상 발열을 경험한 경우 자폐증 위험이 3.12배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약물이 아니라 발열 그 자체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트럼프가 동시에 언급한 류코보린(leucovorin)도 논란의 중심입니다. 류코보린은 항암제 부작용 완화에 쓰이는 엽산 유도체로, 소규모 임상에서 자폐 아동의 언어 발달 개선 효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엽산 유도체란 체내에서 엽산과 유사하게 작용하는 화학 물질을 의미하며, 세포 분열과 DNA 합성에 관여합니다. 하지만 미국 정신의학회는 "류코보린이 자폐증 치료제로 권장된 적이 없으며, 효과와 장기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수년간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FDA를 통해 류코보린의 자폐증 치료 목적 사용을 공식화하고 각 주에 모니터링을 요청한다는 방침은, 의학계 입장에서 보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성급하게 확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발언의 배후?
트럼프의 발언이 나온 배후에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FK Jr.)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는 백신-자폐증 연관설을 오랫동안 주장해온 인물로, 이번에도 "타이레놀이 자폐증 원인"이라는 프레임을 밀어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WHO와 APA 모두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1999년 이후 수차례 반증되었으며, 원 연구는 결함이 있어 철회되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저는 남편과 이 뉴스를 보며 "쟤는 또 무슨 이득을 노리고 저러는 거야?"라고 얘기했습니다. 세계 경제를 흔들고, 의학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트럼프의 말 한마디가, 정말 미국 대통령의 자리를 이토록 가볍게 만든 적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그의 발언은 단순히 개인 의견이 아니라, 수백만 임산부와 자폐 아동 가족들에게 혼란과 불안을 야기하는 공적 발언입니다. 의학적 근거 없이 특정 약물을 낙인찍는 것은, 결국 필요한 치료를 회피하게 만들어 더 큰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발표는 결국 다음과 같은 핵심 문제를 드러냅니다.
- 소수 관찰 연구를 과대해석하여 인과관계로 단정
- 의학계 합의를 무시한 일방적 정책 발표
- 임산부와 환자 가족에게 불필요한 불안 조성
이런 접근은 과학적 방법론(scientific methodology)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과학적 방법론이란 가설 수립, 실험 설계, 데이터 수집, 통계 분석, 동료 검토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체계적 과정을 의미합니다. 의료 정책은 이런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친 증거 기반(evidence-based)으로 수립되어야 하는데, 트럼프의 발언은 그 과정을 건너뛴 정치적 판단으로 보입니다.
의학은 정치가 아닙니다. 임산부가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권리, 자폐 아동이 검증된 치료를 받을 권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저는 제 경험을 통해,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트럼프의 한마디가 그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임산부들은 이런 논란 속에서도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하여 본인과 태아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공신력 있는 의료기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