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월 넷째를 출산하러 병원에 갈 때였습니다. 준비물 리스트를 보면서 '이게 정말 다 필요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째 때와 비교하면 병원에서 요구하는 항목도 많이 바뀌어 있었고, 육아 용품 시장 자체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출산 준비물을 어떻게 챙겨야 할지 막막하신 분들께 제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실질적인 가이드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출산 전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할 필수 아이템
출산 전에 꼭 챙겨야 하는 물품들이 있습니다. 저는 넷째를 준비하면서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필수품만 선별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했던 건 카시트였습니다. 카시트는 신생아용 바구니 타입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수입니다(출처: 도로교통공단).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이동할 때, 예방접종을 받으러 갈 때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신생아용 카시트란 생후 0개월부터 사용 가능하며 아기의 목을 안전하게 지지해주는 구조로 설계된 제품을 의미합니다.
베이비페어는 한번쯤 가보고 싶지만, 솔직히 소비 지옥이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저도 임신 중에 한 번 방문했는데, 이것저것 다 예뻐 보이고 필요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실제로 베이비페어 가격과 인터넷 최저가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구매 리스트를 미리 작성해서 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아기 옷의 경우 바디슈트를 한 사이즈에 5장 정도만 준비하면 충분합니다.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배냇저고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는 바디슈트를 주로 입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신생아 모자는 딸꾹질할 때 씌워주는 용도로 한 장 정도면 되고, 손싸개와 발싸개는 저는 넷째 때 아예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체온 조절을 위한 양말은 생후 한 달 이후부터 필요했습니다.
젖병은 2~3개 정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모유와 분유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필요합니다. 젖병 소독기, 세정제, 소독 솔과 집게도 함께 챙겨두세요. 가제 손수건은 40장 정도 준비하되, 밤부 소재 20장과 면 소재 10장 정도의 비율이 적당합니다. 밤부 소재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엄청 부드러워서 아기 얼굴을 닦거나 목욕 후 사용하기에 좋습니다.
엄마가 사용할 물품 중에서는 손수건을 꼭 챙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유가 나오면서 옷이 젖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유브라, 수유복, 산후 복대, 손목 보호대 등도 미리 준비해두면 편합니다.
조리원에서 상황 보고 나중에 구매해도 되는 용품들
조리원에 가면 대부분의 육아 용품을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수유쿠션, 수유패드, 모유저장팩 같은 제품들은 조리원에 비치되어 있어서 미리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직접 써보고 나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유축기는 절대 미리 사지 마세요. 유축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면 경제적이고 실용적입니다. 유축기란 모유 수유 시 젖을 짜내는 전동 또는 수동 기기를 말하는데, 3개월 대여 비용이 중고 구매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 대여가 더 합리적입니다. 유축기 사용 여부나 기간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섣불리 구매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기저귀도 미리 대량 구매하지 마세요. 제 경험상 기저귀는 브랜드별로 아기 피부에 맞는지 여부가 천차만별입니다. 아무리 좋고 비싼 제품이라도 아기에게 안 맞으면 발진이 생기거든요. 저는 세 번 넘게 브랜드를 바꿨습니다.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사용한 제품 중 아기 피부에 잘 맞았던 것으로 선택하거나, 기저귀 샘플을 미리 신청해서 테스트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신생아 사이즈는 태어날 때 몸무게에 따라 사용 기간이 달라지므로, 미리 많이 사두면 낭비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티슈와 아기 스킨케어 제품(로션, 크림, 오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 피부 타입에 따라 맞는 제품이 다르므로 소량만 구매하거나 샘플로 테스트해보세요.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사용했던 제품 중 아기에게 잘 맞았던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기저귀 발진 크림도 필요할 때 약국에서 구매해도 늦지 않습니다.
분유가 필요한 경우 분유 포트나 보온병도 그때 준비하면 됩니다. 요즘은 로켓배송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필요할 때 바로 주문해도 충분히 간에 맞습니다.
출산 후 천천히 구매해도 괜찮은 육아 아이템과 절약 팁
아기 침대는 전문가들이 독립적인 수면 공간을 강조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처음 한 달 정도는 침대 사용이 권장되지만, 이후에는 공간만 확보해주면 되기 때문에 그 한 달을 위해 꼭 침대를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역화폐로 중고 이케아 침대를 4만 원에 구입해서 사용했는데, 가능하면 옆면을 오픈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시는 게 좋습니다. 옆면 오픈 기능이란 침대 한쪽 면을 내려서 부모 침대와 붙여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하며, 야간 수유 시 훨씬 편리합니다.
유모차는 출산 준비물로 미리 살 필요가 없습니다. 디럭스 유모차는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외출할 때 오히려 불편합니다. 하지만 선물로 받게 된다면 생후 6개월까지 집 안에서 아기를 재울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고로 구매하거나 육아용품 도서관에서 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기띠와 힙시트는 출산 후 직접 착용해보고 구매하세요. 제 경험상 착용감이 정말 중요한데, 아무리 좋다는 제품도 엄마나 아기에게 안 맞으면 소용없습니다. 저는 아기띠를 받았지만 불편해서 5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대신 천으로 된 가벼운 아기띠가 훨씬 실용적이었습니다. 힙시트는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사용 가능하며, 사람마다 편하다는 의견과 불편하다는 의견이 갈리므로 직접 체험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신생아 베개, 아기 내복, 방수요, 콧물 흡입기 같은 제품들은 출산 후에도 한참 뒤에나 필요합니다. 신생아 때는 베개를 사용하지 않고, 내복은 생후 한 달 이후부터 입히기 시작합니다. 선물로 받은 옷이 너무 많다면 영수증 없이도 해당 브랜드 매장에서 다른 사이즈나 제품으로 교환이 가능하니 참고하세요.
육아 용품은 정말 끝도 없이 나옵니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키시길 권합니다.
- 출산 전에는 최소한의 필수품만 준비하기
- 조리원에서 직접 사용해본 후 구매 결정하기
- 로켓배송을 활용해 필요할 때 즉시 구매하기
- 지역 카페나 중고 거래로 2~3년 사용 가능한 제품 구하기
- 육아용품 도서관에서 대여 서비스 활용하기
저는 조카와 제 아들이 1년 차이라서 대부분 물려받았는데, 이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새 제품 구매가 필요한 것만 선별해서 사고, 짧은 기간 사용하는 제품은 중고나 대여를 적극 활용하세요.
출산과 육아는 장기전입니다. 임신 중부터 출산 후, 그리고 아이가 클수록 필요한 비용은 계속 늘어납니다. 초반에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두면, 나중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서 하고 싶다는 것을 시켜줄 여유가 생깁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우리 가정 상황에 맞게 현명하게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육아는 장비빨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꼭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