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네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도 이앓이를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부모들이 밤새 아이가 울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 애들은 왜 안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명도 아니고 네 명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혹시 제가 눈치를 못 챈 건지, 아니면 정말 운이 좋았던 건지 궁금해서 이번에 제대로 알아봤습니다.
이앓이란 무엇인가?
이앓이는 의학 용어로 '맹출통(萌出痛)'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맹출이란 치아가 잇몸을 뚫고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유치가 나올 때 아이가 느끼는 통증과 불편감을 통틀어 이렇게 부릅니다(출처: 대한소아치과학회).
언제 나타나는가?(발현시기)
보통 생후 4~5개월경부터 시작되는데, 100일이 지나면서 첫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치는 생후 30개월까지 총 20개가 나오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좋아졌다가 다시 아파하기를 반복합니다. 특히 돌 이후 어금니가 나올 때 통증이 가장 심해지는 편입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침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흘린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손가락을 계속 입안에 넣고 휘젓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마치 '이게 뭐지? 도대체 뭐야?'라고 묻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유식을 먹다가 거부하거나, 잇몸에 미세한 출혈이 생기기도 하며, 38도를 넘지 않는 미열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제 경우엔 네 아이 모두 이런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치가 나올 때도 '어, 벌써 났네?' 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주변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인차가 정말 크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떤 아이는 한 시간마다 깨서 울고, 어떤 아이는 거의 불편함 없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이앓이 완화를 위한 실전 방법
시중에는 이앓이 완화를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티싱젤(teething gel)이나 이앓이 캔디 같은 것들인데, 성분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주요 성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자일리톨(xylitol) 성분입니다. 자일리톨은 천연 감미료로, 입안에서 청량감을 주고 침 분비를 증가시켜 잇몸을 코팅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진통 효과보다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원리입니다. 대부분의 이앓이 캔디가 이 성분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반드시 무설탕(sugar-free) 제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카모마일이나 벨라도나 같은 자연 추출물 성분입니다. 천연 성분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어서,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는 이런 동종요법 제품을 영유아에게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U.S. FDA).
셋째, 벤조카인(benzocaine)이나 리도카인(lidocaine) 같은 국소마취제 성분입니다. 여기서 국소마취제란 특정 부위의 감각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약물을 말합니다. 당연히 통증 완화 효과는 있지만, 가정에서 영유아에게 사용하기엔 위험합니다. 경련이나 순환계·신경계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 FDA는 2세 미만에게 처방전 없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이런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런 제품들을 사용해본 부모들에게 물어보면, "심리적 위안" 정도라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극적인 효과를 본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굳이 추천하지는 않지만, 정말 심할 경우 자일리톨 성분의 제품을 신중하게 사용하는 건 괜찮다고 봅니다.
차라리 더 효과적인 방법들이 있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도 권장하는 방법들입니다.
- 단단한 실리콘 치발기: 물을 넣어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주면 좋습니다. 너무 차갑게 얼리면 잇몸에 손상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차가운 것으로 잇몸 마사지: 이유식 먹기 전이나 자기 전에 차가운 물에 적신 가제손수건이나 실리콘 숟가락으로 잇몸을 꾹꾹 눌러주면 도움이 됩니다. 제가 직접 해봤을 때 아이들이 입을 잘 벌리더군요.
- 핑거푸드나 러스크: 이유식을 시작한 아이라면 직접 손으로 잡고 씹을 수 있는 음식이 좋습니다. 저도 호박 러스크를 만들어 줬던 기억이 납니다.
- 진통해열제: 위 방법들을 다 써봤는데도 너무 심하다면,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를 최소 용량으로 한 번 정도 먹여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계속 교차 복용하거나 매일 주는 건 피해야 합니다.
저는 네 아이 모두 별다른 이앓이 증상이 없었기에 이런 방법들을 거의 안 썼습니다. 그래서 다른 부모들이 밤새 치발기를 물리고 잇몸 마사지를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건 뭐했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엄마가 모든 경험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앓이는 결국 지나가는 시기입니다. 유치 20개가 다 나올 때까지 길게는 30개월 정도 걸리지만, 아이마다 정말 다릅니다. 제 생각엔 크게 아픈 게 아니라 낯선 느낌 때문에 예민해지는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주고, 즐거운 경험으로 덮어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엄마 아빠의 인내와 사랑으로 함께 이겨내는 시간이니까요. 유치가 다 나고 나면 빠질 때 또 아쉬운 마음이 들 겁니다. 그 조그만한 이가 나오려고 며칠 밤을 울었던 게 새삼 귀엽게 느껴지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