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아이와 둘이 있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조용히 시간을 보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넷째를 키우면서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막내가 어느 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뭔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순간 이후로 제가 직접 해보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씁니다.
언어 자극,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아이의 말이 늦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대부분 "더 많이 말을 걸어야겠다"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언어 발달은 말을 입으로 뱉는 것 이전에, 뇌 안의 언어 중추(language center)가 얼마나 자극을 받았느냐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언어 중추란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을 중심으로 한 뇌의 특정 부위를 가리키며, 말을 만들어내고 이해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부위는 특히 생후 3년 이내에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생후 첫 1년간 받은 언어적 자극이 이후 언어 발달의 기초 자원이 된다고 합니다. 영아기의 언어 자극이 이후 어휘 발달과 의사소통 능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출처: 국립국어원) 꽤 오래전부터 언어학 및 발달심리학 분야에서 일관되게 확인된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 될까요? 핵심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 신생아 때부터 눈 맞춤, 표정, 스킨십 등 비언어적 상호작용을 충분히 해줄 것
- 앉기 시작하는 6개월 이후부터 '안아줘', '잘 가' 같은 제스처(gesture)를 천천히 가르칠 것
-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언어 자극의 흥미도를 높일 것
여기서 제스처란 몸짓이나 손짓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비구어적(non-verbal) 의사소통 방식을 말합니다. 말이 나오기 전에 제스처가 먼저 발달하고, 이것이 이후 언어 발달을 예측하는 인자가 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9개월에서 16개월 사이의 제스처 사용 빈도가 이후 2년간의 언어 발달 수준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막내에게 '이쁜 짓'과 '사랑해요' 제스처를 가르쳤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금방 따라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먼저 배워온 인사 동작을 보고나서야 "아, 이걸 내가 진작 해줬어야 했구나" 싶었거든요. 넷째를 키우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비싼 교구보다 효과 좋은 일상의 언어 자극
많은 분들이 언어 자극을 위해 교구나 그림책을 먼저 떠올립니다. 저도 첫째 때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넷째까지 키우면서 느끼는 건, 만들어진 교구에 아이가 보이는 관심은 생각보다 짧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제가 매일 쓰는 주방용품이나 큰 아이들의 학용품 같은 것에 더 오래 달려듭니다.
이것이 바로 모델링(modeling)의 힘입니다. 모델링이란 아이가 주변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학습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이는 자기보다 큰 사람이 무언가를 사용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그 행동과 말을 함께 흡수합니다. 제 막내가 영상 속 핸드폰 화면에는 반응하지 않으면서 제가 실제로 들고 다니는 핸드폰에는 유독 손을 뻗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보입니다.
일상 속 언어 자극은 특별한 시간을 따로 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훨씬 현실적입니다. 아이가 잠에서 깰 때 "잘 잤어?", 기저귀를 갈면서 "기저귀 갈자", 밥을 줄 때 "맘마~" 하고 말을 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뚜껑을 열면서 "열었다!"를 반복하는 것도 훌륭한 언어 자극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말이 많지 않은 엄마라도 아이 언어 발달에 치명적인 것은 아닙니다. 막내가 어린이집과 형제들을 통해 다양한 언어 입력(language input)을 받고 있고, 오히려 집에 와서 저에게 새로 배운 것을 자랑하듯 보여줍니다. 언어 입력이란 아이가 듣고 받아들이는 모든 말과 소리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많을수록 언어 발달에 유리합니다.
과자 에피소드도 생생합니다. 부서진 과자를 거부하고 드러눕던 아이가 온전한 과자를 받자 웃으며 일어나더니, 나중에는 봉지 속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원하는 것을 집어 먹고는 미소를 지어주는 것 아닌가요. 말 한마디 없이도 완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이 오히려 저에게 언어 발달이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알려줬습니다.
언어 발달을 위한 뇌 과학적 근거와 실제 가정 적용 방법에 대해서는 아동 발달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도 참고하실 수 있어요.(출처: 육아정책연구소).

넷째를 키우면서 새삼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거창한 준비나 비싼 도구 없이도, 오늘 같이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그 평범한 시간이 아이의 언어 두뇌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혹시 말이 적은 편이라 걱정되셨다면, 오늘 저녁 아이 옆에 누워서 등 한번 슥슥 만져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했더니 아이가 아주 기분좋게 스르륵 잠들었습니다. 20개월쯤 되면 잠들기 전 5분동안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요. 처음에는 듣기만 하겠지만,,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엄마의 고민을 듣고 위로해주는 경험도 할 수 있을꺼에요. 제가 그랬거든요^^
이 글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언어치료 또는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언어 발달에 우려가 있다면 소아과 또는 언어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