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한 친구가 임신 20주에 쌍둥이라는 소식을 전해왔을 때, 저는 솔직히 축하만 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뒤 그 친구를 만났을 때 살이 쏙 빠진 모습을 보고 나서야 쌍둥이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실감했습니다. 요즘 난임 치료로 인해 쌍둥이 출생률이 급증하고 있는데, 국내 전체 출생아의 5.5%가 쌍둥이일 정도입니다. 제가 막내를 낳았던 병원과 조리원에서도 2~3팀의 쌍둥이 가정을 봤는데, 첫째 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늘어난 게 체감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쌍둥이가 늘어나는 만큼 지원 정책은 따라가고 있을까요?
쌍둥이 지원정책과 생각보다 위험한 임신과 출산
쌍둥이 임신은 그 자체로 고위험 임신입니다. 실제로 쌍태임신 산모는 평균 35주에 분만하는데, 정상 임신이 40주인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반 정도 일찍 태어나는 셈입니다. 여기서 34주 이전 출산을 얼리프리텀(early preterm)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주 이른 조산을 의미합니다. 쌍둥이 중 27%가 이 얼리프리텀에 해당할 정도로 조산 위험이 높습니다.
제 친구도 임신 6개월에 이미 단태아 임산부 만삭만큼 배가 나와서 숨쉬기조차 힘들어했습니다. 결국 조기 진통으로 입원해서 한 달 넘게 병원 생활을 해야 했는데, 1인실은 하루 16만 원이라 엄두도 못 냈고 보험 적용 2인실은 대형 산부인과임에도 단 한 개뿐이었다고 합니다. 다인실에서 출산 직후 산모들과 보호자, 의료진이 계속 드나드는 환경에서 고위험 산모가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다태아는 태아보험 가입도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많은 보험사에서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 임신 단계부터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쌍둥이 출산은 90% 이상이 제왕절개로 이뤄지고,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율도 37%에 달합니다(출처: 대한모체태아의학회). 고령 임신이 늘면 임신성 당뇨, 임신중독증 같은 산과적 합병증도 일률적으로 증가하는데, 이런 위험성에 비해 지원 체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초기 1년, 양육스트레스가 정점을 찍습니다
쌍둥이가 태어나면 신생아중환자실(NICU) 입원률이 70%에 달합니다. 특히 32주에서 37주 사이에 태어난 후기 조산아들은 초극소 미숙아만큼 집중 관리를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이들을 레이트프리텀(late preterm)이라고 부르는데, 레이트프리텀이란 비교적 주수가 높은 조산아를 의미하지만 장기적으로 발달 지연이나 행동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집단입니다.
제 친구는 쌍둥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일이 동시에 반복되면서 하루가 그대로 소진되었다고 했습니다. 뭘 사도 두 개씩 사야 하니 육아용품 비용도 두 배였고, 어딜 가도 짐이 많아서 외출 자체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산후도우미 지원도 길어야 한 달뿐이라 그 이후에는 부모 단독 돌봄으로 전환되는데, 쌍둥이 초기 돌봄은 부모 둘이 붙어 있어야 가능한 구조임에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부족합니다.
양육 스트레스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정서 반응이지만, 쌍둥이 부모는 스스로를 더 많이 탓하게 됩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영아 자녀를 둔 부모의 스트레스가 유아나 초등 전기 부모보다 높게 나타났고, 부모가 함께 양육에 참여할 때 양육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출처: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 하지만 현실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환경이고, 조부모 돌봄 바우처 같은 실질적 지원도 부족합니다.
특히 초기 6개월에서 1년은 비용이 집중되는 시기입니다. 기저귀와 분유가 하루 단위로 빠르게 줄어들고, 신생아 용품도 대부분 두 개씩 필요합니다. 그런데 육아휴직 급여는 단태아와 동일하게 적용되어 다태아 가정의 지출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합니다. 육아휴직 기간이 2년이라는 점은 장점이지만, 정작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초기와 급여 지급 시점이 맞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주요 지원 필요 사항:
- 초기 6개월~1년 집중 가사·청소 바우처
- 쌍둥이 전용 상담 및 정기 안부 확인 체계
- 장난감·도서 대여 배송 및 회수 서비스
- 어린이집 입소 시 쌍둥이 우선 배정
-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예방접종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쌍둥이, 정책개선이 시급합니다
쌍둥이 육아에서 가장 힘든 건 고립감입니다. 쌍둥이라고 해서 먼저 제도를 안내받거나 연락을 받은 적은 없고, 필요한 정보와 절차는 모두 부모가 직접 찾아야 합니다. 보건소나 행정기관도 기본적으로 '필요하면 신청하세요' 방식이고, 서류를 준비해 제출해도 대부분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라는 답만 돌아옵니다.
지역사회 프로그램 참여도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대부분 프로그램이 한 아이당 보호자 한 명 기준이라 엄마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참여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어린이집 입소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친구도 쌍둥이를 함께 보내고 싶었지만 둘 중 한 명만 당첨되어 결국 보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 아이만 보내면 남은 한 아이를 전적으로 돌봐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는 영유아 발달 지원 사업을 통해 발달 검사, 관찰, 면담 등 종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산이나 저체중 발생이 높은 쌍둥이의 경우 더 주기적이고 가까운 곳에서 발달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부 센터에서는 치료사가 직접 방문해 언어, 인지, 놀이 등 발달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런 서비스가 쌍둥이 가정에 우선 배정된다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쌍둥이 부모가 원하는 건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초기 1년만이라도 숨 돌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임신 유지 단계부터 전면적 보호가 필요하고, 부모가 함께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며, 초기 1년 동안 바로 체감되는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저는 아이 한 명을 출산하는 것도 엄마가 목숨을 걸고 낳는 일인데, 쌍둥이 출산에 대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습니다. 의료기술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출산지원금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저출산과 인구소멸 측면에서도 목숨 걸고 낳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의료지원과 양육지원이 더욱 충분해져야 합니다. 쌍둥이 부모를 지지하는 것은 결국 아이를 지키는 일이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