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넷째를 출산하고 신생아실에서 조리원으로 옮길 때였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를 인계하시면서 "약간의 황달 증세가 보이지만 아직은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의 불안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황달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생각보다 컸거든요. 조리원 간호사 선생님께도 같은 내용을 전달드렸고, 다행히 제 아이는 특별한 문제 없이 잘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생아 황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훨씬 덜 불안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빌리루빈 수치와 황달의 원인
신생아 황달은 생각보다 흔한 현상입니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탯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기 때문에 산소 농도가 낮은 환경에서 지냅니다. 이때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굉장히 많이 필요한데, 태어나면서 폐호흡을 시작하면 이 많은 적혈구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됩니다(출처: 대한신생아학회). 그래서 자연스럽게 적혈구가 파괴되고, 이 과정에서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이 생성됩니다.
여기서 빌리루빈이란 적혈구가 분해될 때 나오는 황갈색 색소로, 간에서 처리되어 대변으로 배출되는 물질입니다. 신생아는 간 기능이 아직 미숙하고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양이 많다 보니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을 이해하고 나니 황달이 단순히 '병'이 아니라 아이가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모유수유를 하는 아이들이 분유수유 아이들보다 황달이 더 오래 간다는 얘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초유에는 장에서 빌리루빈을 재흡수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황달이 좀 더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빌리루빈은 항산화제 역할을 해서 신생아가 갑작스러운 산소 노출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출처: 대한소아과학회). 그러니 황달 수치가 조금 높다고 해서 무조건 모유수유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황달 수치를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정맥에서 혈액을 채취하지만, 매번 아이의 피를 뽑을 수는 없으니 간이 검사를 활용합니다.
- 뒤꿈치 채혈: 혈당 체크하듯이 소량의 혈액으로 검사
- 경피적 측정: 피부에 기계를 대고 측정하는 방식
- 정맥 채혈: 수치가 애매하거나 정밀 검사가 필요할 때
저는 조리원에 있는 동안 하루에 한 번씩 경피적 측정기로 아이의 황달 수치를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숫자가 조금씩 올라가는 게 신경 쓰였지만, 간호사 선생님이 "시기별로 정상 범위가 다르니 지금은 괜찮다"고 설명해 주셔서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광선치료에 대하여
그런데 빌리루빈 수치가 기준치를 넘어 과도하게 높아지면 문제가 됩니다. 핵황달(Kernicterus)이라는 상태인데, 빌리루빈이 혈액-뇌 장벽을 넘어 뇌에 축적되면서 신경학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황달이란 빌리루빈이 뇌 조직에 침착되어 경련, 청력 손실, 발달 지연 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합병증을 의미합니다. 다행히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정기적으로 수치를 확인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황달 수치가 높을 때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치료법이 광선치료(Phototherapy)입니다. 인큐베이터 안에 아이를 눕히고 특정 파장의 빛을 쬐어 체내 빌리루빈을 분해하는 방식입니다. 제 주변에서 이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꽤 있었는데, 대부분 며칠 안에 수치가 안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일부 보호자들이 집에서 형광등이나 햇빛으로 황달을 치료하려고 시도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건 절대 하면 안 됩니다. 광선치료는 특정 파장(대략 460~490nm)의 청색광을 정확하게 조절해서 쬐는 의료 행위입니다. 일반 형광등이나 햇빛에도 이 파장이 일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농도가 너무 약해서 치료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아이의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자외선에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햇빛 쬐면 좀 나아지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나니 왜 병원에서만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모유수유는 중단해야 할까?
황달 때문에 모유수유를 중단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병원에서 일시적으로 모유수유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줄 수는 있지만, 이건 정말 잠깐입니다. 수치가 떨어지면 다시 모유수유를 재개하면 되고, 재개 후 수치가 다시 올라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제가 조리원에서 만난 한 엄마는 황달 때문에 아예 분유로 바꿔버렸다가 나중에 후회한다고 하더군요. 황달 수치만 보고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유축을 병행해서 수유량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분유수유를 하는 경우, 일부 연구에서는 가수분해 분유가 빌리루빈의 장내 재흡수를 막아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직 표준 치료법은 아니므로, 임의로 분유를 바꾸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황달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시기는 생후 2개월까지입니다. 이 기간 동안 주의 깊게 봐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수유량 감소: 대소변이 줄어들면 빌리루빈 배출이 어려워져 수치가 다시 올라갈 수 있습니다
- 변 색깔 변화: 흰색, 회색, 시멘트색 변은 간 기능이나 담즙 배출에 문제가 있을 신호입니다
- 피부와 눈 색깔: 피부를 눌렀을 때 계속 노랗게 남거나, 흰자위가 노랗게 보이면 병원 방문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처음 아이를 키울 때는 노란 옷을 입히면 아이가 더 노래 보이는 건지, 정말 황달이 심해진 건지 구분이 안 갔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눈 흰자위를 자주 확인했는데, 이게 의외로 정확한 지표더군요.
신생아 황달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생리적 현상입니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시기이기 때문에 조그만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역 맘카페에서 영아 사망 사례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엄마의 글을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이상이 없으니 우리 아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그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에게는 경험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생아는 전체적으로 미숙한 상태라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의사들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다음 세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겁니다. 저희 넷째가 지금 돌이 지났지만, 그때의 긴장감과 조심스러움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황달 하나만 봐도 부모가 알아야 할게 이렇게 많은데,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관찰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