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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함구증에 대하여 (수줍음, 행동 치료, 부모의 역할)

by naongmansoo 2026. 3. 4.

말하기를 거부하는 아이모습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말을 안 한다고 해서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할까요? 저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고 한동안 매일 밤 잠을 설쳤습니다. 주변에서 선택적 함구증이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왔을 때, 처음엔 그 단어 자체가 낯설어서 인터넷을 뒤지며 불안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니 단순히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는 것과 심리적 장애로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 단순한 수줍음과 어떻게 다를까?

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은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특정 상황이나 특정 대상 앞에서 말을 할 수 없는 불안장애의 일종입니다. 여기서 불안장애란 과도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정신건강 문제를 의미합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말을 하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말을 하고 싶어도 실제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024년 기준 선택적 함구증의 유병률은 전체 아동의 1% 미만으로 매우 드문 편이며, 특이하게도 남아보다 여아에게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출처: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부분 만 3~6세 사이에 발병하지만, 가정에서는 말을 잘하기 때문에 부모가 문제를 인지하는 시점은 평균 만 8세 정도입니다. 실제로 저희 아이도 집에서는 동생이랑 떠들고 놀 때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그런데 학교나 합기도 학원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니,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걱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단 기준을 살펴보면, 적어도 1개월 이상 특정 상황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증상이 지속되어야 하며, 학교 입학 첫 1개월은 진단 기간에서 제외됩니다. 쉽게 말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초기 1개월간 소심한 아이들이 말을 안 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언어 발달 지연이나 지적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다른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아야 선택적 함구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처럼 입학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는 말을 잘하고, 비언어적 의사소통(눈맞춤, 표정 이해 등)이 가능하다면 선택적 함구증보다는 일시적인 적응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택적 함구증 아동의 심리적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과도한 불안과 수줍음, 부정적인 기질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음
  •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위축된 모습을 보임
  • 의외로 반항적 성향이 강해 분노 발작(길거리에서 떼쓰기 등)을 보이는 경우가 많음
  • 약 50%는 단순 불안장애만 있고, 나머지는 언어 장애나 감각 통합 장애를 동반함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도 치료다(행동 치료)

선택적 함구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모든 경우가 의료적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10세 이전까지 증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하지만 제 경험상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부모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

저희 첫째는 같은 어린이집 출신 친구도 없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친구를 사귀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먼저 말을 거는 건 둘째치고, 친구가 말을 걸어도 부끄러워서 대답을 못하다 보니 어느새 "말 안 하는 아이"로 낙인찍혔습니다. 오히려 말을 안 하니까 더 눈에 띄어서 친구들이 "야, 너 말 좀 해봐"라며 주목하게 되고, 그럴수록 아이는 더 움츠러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합기도 관장님과 매일 연락하며 아이를 압박해보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고, 마침 5월에 둘째가 태어나면서 더 이상 첫째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없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왜 말을 안 해?" "그냥 부끄러워서요." 이 한마디가 전부였습니다. 병적인 불안이 아니라 단순한 수줍음이었던 겁니다.

행동 치료(Behavioral Therapy)는 선택적 함구증의 주된 치료법으로, 아이가 말하는 행동과 관련된 불안을 줄이고 긍정적인 강화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긍정적 강화란 아이가 작은 시도라도 했을 때 칭찬이나 보상을 통해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심리학적 기법을 의미합니다. 초기에는 몸짓 같은 비언어적 반응을 격려하고, 점차 한 단어 대답, 짧은 문장으로 확장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성급하게 대신 말해주거나 침묵을 그냥 이해해준다고 방치하면 오히려 증상이 고착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저는 아이와 약속했습니다. "엄마는 기다릴게. 네가 준비됐을 때 말하면 돼." 그리고 정말로 기다렸습니다. 압박하지 않았고, 학교나 학원에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되자 조금씩 변화가 보였습니다. 친한 친구 한두 명에게 먼저 속삭이듯 말을 걸기 시작했고, 그 친구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쟤 원래 말 잘해"라고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상황이 풀렸습니다.

물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 치료도 고려됩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라는 항불안제가 주로 사용되는데, 이는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높여 불안을 줄이는 약물입니다. 하지만 소아에 대한 복용량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매우 낮은 용량부터 천천히 시작해야 합니다. 제 생각엔 약물 치료는 정말 마지막 선택지여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성급하게 병으로 규정하면, 오히려 아이 스스로 "나는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인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이 있었던 아동의 예후를 보면, 약 40~60% 정도는 완전히 회복되지만 나머지는 증상이 호전되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가족 중에 선택적 함구증이나 불안장애 병력이 있으면 예후가 좋지 않고,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 공포증이나 공황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약 42%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통계일 뿐입니다. 저는 우리 아이가 그 42%에 속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스스로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이 있고, 부모인 제가 그 힘을 믿고 기다려줬기 때문입니다.

 

병으로 보면 한없이 병처럼 보이지만, 따뜻한 시선과 격려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떤 치료보다 클 수 있습니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아이의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저는 첫째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웃으며 떠드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준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걸, 지금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실 부모님들께 꼭 전하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aLJnWaWf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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