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돌이 되면 부모님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우유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먹이던 분유를 언제 끊어야 할지, 우유는 언제부터 먹여도 되는지, 하루에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 궁금한 점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둘째가 돌이 됐을 때 분유를 바로 끊어도 되나 싶어 망설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분유 통 뒤에 빼곡하게 적힌 영양 성분을 보면 왠지 우유보다 훨씬 좋아 보이거든요.
분유 중단 시기와 우유 시작 타이밍
돌이 지나면 분유를 끊고 우유로 바꿔야 한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런데 막상 실천하려니 걱정부터 앞섭니다. 특히 아이가 분유를 너무 좋아하거나 체중이 또래보다 작은 경우, 부모님들은 "분유가 살을 찌워줄 것 같아서" 계속 먹이고 싶어 하십니다.
하지만 분유와 일반 우유의 열량은 사실 거의 비슷합니다. 둘 다 100ml당 약 60~70kcal 정도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여기서 kcal(킬로칼로리)란 식품이 체내에서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 양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양을 먹으면 분유나 우유나 얻는 열량이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분유를 계속 먹인다고 해서 아이 체중이 더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분유 통 뒤를 보면 영양 성분이 정말 많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반면 우유는 성분표가 간결합니다. 그래서 분유가 영양가가 더 높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중요한 건 성분의 가짓수가 아니라 함량입니다. 분유에 적힌 많은 성분들은 0.00001mg 단위로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미량 영양소는 돌 이전 분유만 먹는 시기에는 중요하지만, 돌 이후 다양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음식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분의 경우, 분유 100ml에는 약 1~1.5mg 정도 들어 있지만 소고기 100g에는 5~6mg이 들어 있습니다. 게다가 소고기의 철분은 헴철(Heme Iron)로 체내 흡수율이 훨씬 높습니다. 헴철이란 동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형태의 철분으로, 식물성 철분보다 우리 몸이 흡수하기 쉽습니다.
저는 둘째가 돌이 됐을 때 바로 우유로 바꾸지 못하고 한 달 정도 분유와 우유를 함께 줬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섞어서 주는 것보다 따로 주는 게 더 좋더군요. 분유는 물에 탔을 때 조유 농도가 약 14%로 맞춰져 있는데, 우유와 섞으면 이 농도가 달라져서 영양 흡수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우유는 빨대컵이나 컵으로 주고 분유는 젖병으로 주면 아이가 우유에 더 빨리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젖병도 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유는 언제 끊어야 할까요? 정답은 "아이가 우유를 하루 400~500ml 정도 먹을 수 있게 되면 언제든지"입니다. 돌이 된 지 얼마 안 됐어도 우유를 잘 먹는다면 바로 분유를 중단해도 괜찮습니다. 반대로 우유를 거부하는 아이라면 분유를 조금 더 유지하면서 천천히 적응시키면 됩니다. 저희 둘째는 우유를 처음엔 100ml도 안 먹어서 나머지는 분유로 채웠습니다. 총 섭취량이 500ml가 되도록 맞추는 게 핵심입니다.
우유 섭취량과 유제품 선택 기준
우리가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가장 큰 이유는 칼슘 섭취 때문입니다. 돌 이후 아이의 하루 칼슘 권장량은 500mg입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칼슘은 뼈와 치아를 구성하고 근육 수축과 신경 전달에 꼭 필요한 미네랄입니다. 성장기 아이에게는 특히 중요하죠.
그렇다면 무조건 우유를 500ml 먹여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칼슘 500mg을 채우는 것이지 우유 500ml를 채우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실제로 해본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유 190ml 한 팩, 슬라이스 치즈 한 장, 아기 요거트 한 개를 먹였더니 각 제품 뒤에 적힌 칼슘 함량을 더했을 때 500mg이 넘더군요. 이럴 때는 굳이 분유를 추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유를 거부하는 아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바나나나 고구마를 갈아서 우유와 섞어주면 맛있게 먹습니다. 식빵에 우유를 찍어 먹게 하거나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둘째가 우유를 싫어할 때 바나나 우유 스무디를 만들어줬는데, 그걸 계기로 우유 맛에 적응하더니 나중엔 그냥 우유도 잘 먹게 됐습니다.
그런데 우유 종류가 너무 많아서 또 고민이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온 가족이 함께 먹는 국산 흰 우유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저희 집도 부모가 먹는 우유를 아이들과 함께 먹습니다. 다만 아이가 우유 섭취량이 부족하다면 같은 양을 먹어도 칼슘이 더 많이 들어 있는 고칼슘 우유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 우유를 먹으면 배에 가스가 차고 설사를 하는 아이라면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당불내증이란 우유 속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서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입니다. 이런 경우 락토프리 우유를 선택하면 됩니다.
우유는 크게 냉장보관하는 살균우유와 상온보관하는 멸균우유로 나뉩니다. 살균우유는 신선한 원유를 일정 온도로 살균 처리한 뒤 냉각해서 유통하는 우유입니다. 반면 멸균우유는 고온 고압으로 모든 미생물을 제거한 우유로 상온에서도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두 우유 모두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칼슘 같은 주요 영양소는 비슷합니다. 다만 멸균우유는 고온 처리 과정에서 유산균이나 비타민 C 같은 열에 약한 성분이 일부 파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신선한 국산 살균우유를 먹이고, 외출할 때는 국산 멸균우유를 휴대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 수입산 멸균우유를 직구해서 먹이는 분들도 많습니다. 광고를 보면 넓은 초원에서 행복하게 자란 소의 우유 같은 느낌이 들죠. 하지만 멸균우유도 국내산이 더 나은 선택입니다. 국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은 보통 3개월인데, 수입산은 1년입니다. 이게 수입산이 더 좋아서가 아닙니다. 수입산은 배로 운송되면서 한 달 이상 걸리고, 유통 과정까지 고려하면 3개월로는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1년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멸균우유는 3개월이 지나면 크림화 현상이 생기는데 섭취에는 문제없지만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어서 국내 제품은 3개월로 유통기한을 정한 것입니다.
저희 집은 처음엔 수입산 멸균우유를 사다 먹였는데,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는 국산으로 바꿨습니다. 아이들이 먹는 거니까 조금이라도 신선한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성조숙증과 우유 섭취의 균형
최근 둘째 딸아이가 초등 2학년인데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는 게 시작이었는데, 키나 몸무게는 또래와 비슷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성조숙증이 걱정돼서 유기농 우유만 먹이고 치즈도 신경 써서 골랐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둘째는 분유 이후 우유를 정말 많이 마셨습니다. 좋아하기도 했고 좋은 거라 생각해서 많이 줬던 것 같습니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환경호르몬, 비만, 유전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연년생인 셋째는 이상이 없는 걸 보면 유독 우유를 많이 먹었던 둘째만 그렇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물론 의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된 건 아니지만, 좋은 것도 과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옛말에 "과유불급"이라고 했듯, 몸에 좋다는 우유도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은 우유보다 두유가 낫다는 이야기도 많아서 두유를 먹이려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두유를 거부합니다. 두유든 우유든, 어떤 음식이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며 균형 잡힌 생활을 하는 게 가장 건강에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유를 잘 먹는다고 마음껏 줬던 것이 저의 판단 미스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적정량만 주려고요.
돌 이후 우유 섭취는 아이 성장에 꼭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먹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하루 칼슘 권장량 500mg만 채우면 충분합니다. 우유, 치즈, 요거트 등 다양한 유제품을 골고루 먹이고, 거기에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활동을 더하면 우리 아이는 건강하게 자랄 것입니다. 분유를 끊는 것도, 우유로 넘어가는 것도 조급해할 필요없어요. 아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적응시키면 되니까요.